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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주제로 얘기하는 나/직장인의 소소한 데일리

[일상] 폭풍같았던 동물실험을 마치며

by 노혼혼 2020.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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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우울한 일기]

 

오늘 폭풍같았던 동물실험이 끝이 났다.

 

5월에 들어온 100마리의 마우스들

 

항암제 개발에 모든 것을 내어주고 떠났다.

 

내 마우스~

동물실험은 해도 해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내가 실험이 미숙해서 주사를 아프게 놨을 때도 너무 미안하고

 

특히 친구들 보내줘야 할 때

 

경추탈골 할 때는 정말 에너지 많이 든다..ㅜㅜ

 

경구투여나 복강투여 같은 

 

아예 마우스를 손으로 쥐어야 할 때, 이 친구들의 호흡이나 체온,

 

살집 이런 모든 것들이 오롯이 내 손에 느껴질 때는

 

뭔가 반려동물 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미안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정말 복합적인 감정이 오간다.

 

 

 

실험 할 때 제일 힘들었던 건 IV였다.

 

처음 할 때는 정말 자괴감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옆에 다른 선생님은 바로바로 찔러 넣으면 바로 들어가던데

 

왜 나는 아무리 찔러도 근육에 들어가고 피하에 들어가고 꼬리가 하얗게 될까

 

혈관이 도저히 찾아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또 막상 오래 하다보니까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더라.

 

손에 익으니까 슉슉 잘만 들어가는 이 약들이

 

왜 처음에는 그렇게 안 들어가서 나를 힘들게 만들었나

 

얘네들이 정말 효과가 있어줄까

 

잘 됐으면 좋겠다

 

내가 다음에 동물실 들어가서 이 친구들 상태 확인했을 때

 

제발 아무도 폐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빌면서 기도하면서 실험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실험 할 때에는 혈관 한 번에 찾아서 바로 찔러 넣는 선생님들

 

거침없이 해부하는 선생님들

 

마우스 보정할 때 한번에 제대로 잡아서 실험 최적화 시키는 선생님들

 

진짜 부러워하면서 나도 언젠간 저렇게 마우스를 잘 다루리라 다짐하면서

 

남는 쥐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고 그랬는데

 

또 막상 손에 익고 잘 하게 되니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

 

이 넘의 쥐냄새 좀 그만 맡고 싶다... 등등

 

이런 이기적인 생각들로 이어지게 되더라.

 

 

신약을 개발하려면 정말 많은 마우스 개체들이 희생된다.

 

최근에는 화장품 개발에는 동물실험이 금지되었는데

 

신약개발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동물로 먼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그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여러번의 실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이런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면 매번 듣는 소리가 있다.

 

' 연구 하는 사람이 실험동물 불쌍히 여기면 안 돼. '

 

' 그렇게 쥐 무서워하면 얘네가 무서워하는 줄 아니까 무서운 티 내지마. '

 

' 나중에 너 냄새 맡고 너 들어올 때 더 신경질 부리고 소리지른다 '

 

' 실험 제대로 하는게 얘네들 도와주는거야 '

 

다 맞는 말이다.

 

다 맞는 말인데

 

그게 참 쉽지 않다 ㅠㅠ

 

 

그래도 대동물 실험 하지 않는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랫드나 토끼, 기니피그, 돼지, 원숭이 

 

굉장히 다양한 동물들이 실험에 사용되는데

 

그래도 나는 그나마 작은 동물인 마우스로 실험하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한 번은 이런 글을 읽었다.

 

실험자들은 특히 동물실험에 있어서는 익숙해지면 안된다고.

 

항상 긴장하고 완벽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익숙해지다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므로.

 

 

참, 여러모로 맞는 말 같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나도 많이 성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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